영화 <목격자>(2018)는 도시의 익명성과 인간의 도덕적 선택을 주제로 한 스릴러 영화로, 황미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게 되는지를 사실적이고도 철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웹툰은 심리적 밀도와 도덕적 딜레마를 정밀하게 다루며, 영화는 이를 스릴러 장르의 문법 안에서 시각적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목격자>는 ‘선택’과 ‘책임’이라는 인간 존재의 핵심 문제를 날카롭게 묻고 있다.
줄거리 비교
영화와 웹툰 모두, 한 남자가 살인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주인공 상훈은 평범한 회사원이자 가장으로, 어느 날 밤 아파트 창문 너머로 살인을 목격한다. 상훈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가족이 있고, 아파트에 거주하며, 회사에서는 중간관리자 정도의 지위에 있는 그야말로 도시 중산층이다. 하지만 그는 극한의 상황에 마주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무력하고 이기적인 인간인지를 깨닫는다. 이는 실존주의 철학에서 말하는 ‘불안’과 ‘각성’의 순간과 맞닿아 있다. 그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침묵을 선택한다. 이후 범인은 자신이 목격되었음을 인지하고, 상훈과 그의 가족에게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치밀한 연출로 긴장감 있게 전개하며, 관객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웹툰은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주인공의 내면 심리와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더욱 세밀하게 묘사하며 도덕적 갈등을 깊게 다룬다. 줄거리 자체는 유사하지만, 웹툰은 인간 심리의 복잡함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는 장르적 몰입감과 위기 상황의 긴장에 더 집중한다.
등장인물 분석
상훈은 전형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대표한다. 그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이며, 사회에서 큰 갈등 없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살인을 목격한 이후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침묵이라는 선택은 외부에서는 이해받기 어렵지만, 영화는 그 선택의 무게와 인간의 두려움을 세심하게 포착한다.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상훈은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스스로의 삶과 존재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장 피에르 사르트르가 말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개념처럼, 상훈은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상황 속에서 선택을 강요당한다. 그의 선택은 처음에는 회피이지만, 결국에는 행동으로 전환된다. 반면, 범인은 절대적인 악으로 묘사되기보다는, 무관심한 사회를 배경으로 탄생한 또 다른 실존의 파편처럼 보이기도 한다. 웹툰에서는 상훈의 동료, 이웃, 경찰 등 주변 인물의 도덕적 모호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며, 인간 본성에 대한 집단적 질문이 강조된다.
장르적 특성과 연출의 차이
<목격자>는 기본적으로 스릴러 장르이지만, 동시에 심리극이며 사회극이다. 영화에서는 추격 장면, 어두운 조명, 불협화음의 사운드트랙 등을 활용하여 장르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공간 활용이 인상적인데, 아파트라는 일상적인 장소가 공포의 무대로 전환되며 도시인의 고립감을 강조한다. 이는 현대인의 삶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외부와 단절돼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웹툰은 시각적 연출이 제한적인 대신, 상훈의 독백과 심리묘사를 통해 무형의 공포를 구축한다. 독자들은 그의 내면을 따라가며 함께 고민하게 되고, 이는 보다 사색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만든다. 즉, 영화는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강점을 가지며, 웹툰은 깊은 내면 사유를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 웹툰은 장면 전환의 자유로움을 이용해 다양한 시점을 보여주고,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면서 독자의 사고를 자극한다. 장르적 측면에서는 영화가 '상황 중심', 웹툰이 '심리 중심'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이야기라도 웹툰은 독자의 내면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영화는 시각적 언어를 통한 체험의 방식으로 각각의 강점을 발휘한다.
영화화되면서 바뀐 점
영화화되면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인물 구성과 스토리 압축이다. 웹툰에서는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해 주제에 입체감을 더하지만, 영화는 상훈과 살인범, 경찰이라는 세 축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관객이 혼란 없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도덕적 다층성은 다소 축소되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리듬감과 긴장감의 강화다. 원작 웹툰이 감정선 중심의 느린 호흡을 가져갔다면, 영화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사건을 빠르게 진행시킨다. 또한 웹툰에서는 이웃들이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장면이 반복되며, 집단적 방관의 풍경이 강조된다. 영화는 이를 일부 장면으로 축약했지만, 전체적으로 ‘도시적 고립’이라는 정서는 유지된다. 또 다른 차이점은 결말이다. 웹툰의 결말은 보다 열린 결말로, 상훈이 과연 옳은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다. 반면 영화는 명확한 결단과 대립 구조로 마무리되어 카타르시스를 강화한다. 이처럼 영화는 대중성과 명확한 메시지를 위해 일부 설정과 구성을 조정했지만, 근본적인 주제의식은 유지하고 있다.
관객 반응과 실존주의적 해석
<목격자>는 개봉 당시 현실적인 설정과 강한 몰입감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많은 관객이 “만약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화 속 상훈의 심리 상태에 공감했다. 특히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서 ‘실존적 위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인문학적 해석의 여지를 제공했다. 실존주의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선택하는 존재이며,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본다. <목격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다. 상훈은 비겁함과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윤리적 본질을 발견하게 되고, 결국 ‘목격자’에서 ‘행동하는 자’로 변화한다. 그는 선택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하며, 그 책임을 감당하려는 태도를 통해 실존주의적 주체로 성장한다. 이는 단순히 영화 속 캐릭터의 변화를 넘어, 오늘날 현대인들이 도시 속에서 마주하는 무관심과 외면의 구조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단순한 스릴러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그 속에 담긴 묵직한 사회 비판과 철학적 메시지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실제로 많은 리뷰에서 ‘내가 상훈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반복되었다. 이는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인간은 절대적인 진리나 외부 권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에 따른 책임 또한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영화는 상훈이 그 책임을 회피하면서 겪는 두려움, 무력감, 그리고 결국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과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실존적 각성’을 그려낸다. 비록 그는 완벽한 영웅은 아니지만, 그가 마주한 도덕적 선택의 순간은 관객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이 작품은 우리 사회가 과연 공동체로서 기능하고 있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도 던진다. 모든 이웃이 “보지 못했다”,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익명성과 무관심 속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드러낸다.
결국 <목격자>는 살인이라는 극단적 사건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 도덕과 실존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웹툰과 영화는 각각의 방식으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특히 영화는 감정과 심리를 시청각적 장치로 치밀하게 구성해 실존주의적 테마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으며, 평범한 사람이 한순간의 선택으로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목격자>는 단순한 장르물의 범주를 넘어,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처한 실존적 위기를 성찰하게 만드는 철학적 텍스트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결론적으로 <목격자>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고찰하며, 개인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존적 각성을 깊이 있게 다룬다. 웹툰은 다층적인 심리와 사회적 배경을 통해 철학적 질문을 확장했고, 영화는 이를 감정적 긴장과 시각적 연출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두 매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라는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목격자>가 단지 허구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 그 자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